08년 4월이었으니...
클래식에 입문한지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교양적인 목적으로 별 다른 감흥 없이 구입한 첫 음반은
공교롭게도(?) 브람스의 심포니 4번이었다.
음악 들은지도 꽤 되었고
슈게이징이니 프로그레시브니 음악이라면 장르불문하고 닥치는대로 곧잘 들어왔다는 자부심 때문에
음반을 고를때 흔히 말하는 입문용은 배제할 작정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브람스라는 아티스트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구입한, 사람들이 극찬을 하던, 클라이버의 브람스 4번이었다.
부푼 마음으로 비닐을 뜯고, CDP에 찰칵..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이런 젠장
이건 대체 뭐란말인가!
달콤하지도 않고
절망적이지도 않고
잔잔한듯 하다가 도중에 갑자기 폭발하지 않나..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에 대체 무엇인지
자꾸 감추려고만 들고 뭐 이리 재미가 없는지..
경험치를 쌓는다는 심정으로 수 일을 들어보았지만
가끔씩 번뜩이는 화음에 살짝 놀랄뿐, 아무리 들어도 감정은 동하지 못했다.
클래식을 좋아하고 싶어서 브람스를 선택했건만.. '그 날'은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아뿔싸... 브람스는 나와 맞지 않는건가..." 라고 생각할 즈음
우연히 브람스의 사랑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파란색의 글은 금난새씨의 '클래식 여행'을 요약한 글입니다.)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너무나 어려웠던 가정형편 때문에, 브람스는 학교를 마치지 못했다고 한다.
브람스는 생계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해야 했지만, 이 모든 어려움에도 결코 음악가의 꿈을 잃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당시 음악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던 슈만의 눈에 들어, 후원자를 얻게 된다.
슈만은 브람스의 뛰어난 음악성을 글을 통해 세상에 소개하였고,
당시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슈만의 부인 클라라는 연주회를 통해 브람스의 작품을 세상에 소개하였다.
브람스의 음악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영향을 준 사람은 슈만 부부였다.
그러나 1854년 어느날
정신병을 앓던 슈만이 라인 강에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다행히 그는 목숨을 건졌지만 그로부터 2년 만에 슈만은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브람스는 곤경에 처한 스승의 가족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클라라와 그의 아이들을 보살폈는데,
공교롭게도 브람스의 마음속에는 클라라를 향한 감정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저 분은 스승의 부인이므로 나느 그녀를 존경한다'
자신의 감정을 철저하게 다스리는 사람이었던 브람스는
클라라를 위로하기 위해 <독일 진혼곡>을 작곡하고, 또 그녀와 40년에 걸친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우정'을 지키려는 노력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클라라를 향한 그의 일편단심은 평생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이 유명해지면서 많은 여성들이 주위에 몰려들었지만, 브람스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하루는 어느 파티에 참석하였는데 많은 부인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때 브람스는 평소 잘 피우지도 않는 담배를 계속 피워댔고,
"여자들 앞에서 그렇게 담배를 피우다니 너무하지 않습니까" 라고 누군가가 묻자
브람스는 태연하게 받아쳤다고 한다.
"천사들이 있는 곳에 구름이 없을 수 있겠소"
사람들은 이런 브람스에 대하여
'내면의 정열을 이성이라는 테두리로 굳혀서 걸어왔다.' 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브람스의 태도는 사랑만이 아니라 그의 음악세계에도 똑같이 적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이 이야기를 접한 뒤
브람스의 음악이 다르게 들려왔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과, 또 절제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이후부터는 어떤 음악을 처음접할때마다
작곡가가 과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찾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사실 음악을 들을때, 처음엔 이상하게만 들리던 소리들이
아티스트가 표현한 감성과 내가 경험하고 느낀 감성이 교감하는 순간
뒤늦게 '그날'을 맞이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지 않는가.
재미없는 음악이 어디 브람스 뿐이랴.
장판에 누워 직접 장판이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싸구려 커피'를 들어도 감흥이 없을 테고
너무 멋진 그녀앞에 초라한 자신을 한탄한적 없는 사람은 'Creep'을 들어도 아무런 감동이 없을 것이다.
세상 그 어떤 음악도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남들이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도 나에겐 그저 소음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아티스트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는 순간
그 아티스트의 삶은 엄청나게 아름다운 세상을 내게 열어주었다.
아무리 어렵고 난해한 음악이라 할지라도, 세상의 모든 음악은,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용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절대적으로 재미없는 음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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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헤드,
싸구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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